아픔열기

나는 내가 토했던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 대해서 그리고 그 화장실을 벗어나서 아무렇지도 않은척 웃고 떠들고 발표하고 먹고 경계하면서 경계하지 않는 척 아픔 같은건 마치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이 마냥 행동하면서 한편으로 내 아픔이 만들어낸 내 몸과 말 속의 선명한 흔적과 나의 때론 다분히 의도적인 노출과 또는 숨김과 그걸 못알아보거나 나는 생각지도 못한 의미를 붙이는 사람들이 웃기고 황당하고 웃기지 않고 그게 몸보다 아파서 화가나고 죽고싶다가 다시 깔깔 웃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보이는 게 다인 줄 안다 그건 나도 그렇다 너 나 안다고 생각하지를 외치고 싶게 만드는 순간들이 미칠 것만 같다 나와 분리되는 나 나와 분리되는 아픔 하지만 분리된 적 없는 아픔 숨겨도 비집고 나오는 아픔 다른 이름이 붙은 아픔 나는 이름을 붙인 적이 없는 아픔 그건 그냥 나의 여섯번째 손가락 같은 것이기도 하고 내가 아니고 싶을 때는 내가 아니기도 한 낯선 이 이면서 내 방에 들어와 한 이불을 덮는 사이 나의 첫 울음 보다 오래되지 않았지만 첫 울음은 다시 쓰여졌다 그것이 다시 쓰여질 수 있는 줄은 아픔도 알지 못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쓴다 나의 다분히 의도적인 노출이 숨겨지길 바라며 또한 나의 숨김이 아픔에 이름을 붙인 나도 모르는 내가 아는 이들도 모르게 숨겨지지 않길 바라며 아주 우연히 발견되었다가 이내 잊혀지길 바라며

어제 땅거미 질 무렵 잠깐 손가락을 세차게 휘감고 지나가 놀란 네가 다음 발자국을 밟기도 전에 잊어버린 바람처럼

이 시는 계속 다시 쓰여진다

Eve